노인 못지않은 젊은 당뇨병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 시트 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에서 당뇨병 유병률은 13.8%(성인 7명중 1명)로 약 500만명에 육박합니다.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까지 포함한다면 국내 당뇨별 인구는 약 1,4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근 국내외 연구와 보건 당국 자료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질환으로 여겨졌던 당뇨병이 젊은 층에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9년에서 2023년까지 5년간 당뇨병 진료 현황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간 환자 수가 18.6% 증가했는데, 나이별로 진료 추이를 분석했더니 젊은 층에서 가파르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대비 2023년 증가율 2위는 33.1%로 20대, 4·5위는 각각 10대 미만(25.9%), 10대(23.7%)로, 젊은 층에서 환자 수가 많이 증가했습니다. 1위는 80대 이상(44.8%), 3위는 60(26.0%)입니다. 40·50대 중년층은 증가율이 각각 8.2%, 4.9%로 10%를 넘지 않았습니다.
젊은 당뇨병 환자는 질병의 심각성에 대한 인지율이 낮은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19~39세 청년 당뇨병 환자의 인지율은 43.3%로 노인 환자 인지율인 78.8%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실제로는 젊은 시절 당뇨병에 걸릴수록 관리는 더 힘들고, 합병증 위험은 더 큽니다.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2001~2021년에 2형 당뇨병을 진단 받은 성인 3479명을 나이별로 분석한 결과, 치료 6개월 후 젊은 환자 그룹만 혈당 수치가 개선됐다가 다시 증가했습니다. 중년 환자(40~64세)와 고령 환자(65세 이상)는 모두 혈당 수치가 감소했지만, 젊을 때 당뇨병에 걸리면 몸이 고혈당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합병증 위험도 커집니다.
(출처 : 젊은층 당뇨병 증가세 심상치않다… – 헬스조선, 2024/11/16)
젊은 세대가 당뇨병 위험군이 된 이유 주요 원인으로는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그리고 지나치게 단 음료와 디저트 소비가 꼽힙니다. 특히 음식 환경이 먼저 변한 서구 국가와는 달리 새로운 음식 환경에 갑자기 노출된 개발 도상국 사람들은 미처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죠. 산업혁명 이후 일어난 식생활의 변화에 서구인들은 비교적 오랫동안 익숙했기 때문에 유럽인종 사이의 제2형 당뇨병 발병률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반면 전통 식사에 익숙한 사람들이 갑자기 정제된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에 노출되면서 큰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포도당의 물결은 취장에서 분비되는 인슐인의 대처 능력을 압도하고도 남았습니다. 그로 인해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비롯한 여러 만성 질환의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죠.
1형 당뇨병 | 2형 당뇨병 |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병 |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서 인슐린 분비의 장애가 생겨 혈당이 올라가는 병 |
한국인 당뇨병의 2% 미만 차지 | 한국인 당뇨병의 대부분이 해당 |
외부에서 인슐린 주입 치료 필수 |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잘못된 식습관에서 기인한 비만 등) |
(출처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설탕과 당뇨병의 상관 관계
특히, 디저트와 카페 문화의 확산과 함께 프라푸치노, 버블티와 같은 음료는 젊은 층이 흔히 섭취하는 당분의 주요 원천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이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당분을 총 칼로리의 5%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지만, 카페 음료 한 잔으로도 이 권장량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카라멜 프라푸치노 한 잔(Grande 사이즈)에는 약 50g 이상의 설탕이 포함되어 있죠.
정제 탄수화물의 완성판이라 할 만한 설탕이 대중화되면서 우리 몸속으로 흘러들어 왔습니다. 1885년 국내 설탕 총 소비량은 약 64.2톤 이었죠. 당시 인구수로 나누어보면 한 사람 당 설탕 소비량은 연간 약 3.6g으로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2009년에는 설탕 총 소비량이 133만톤으로 급증했고, 한 사람당 연간 설탕 소비량은 27kg에 달했죠. 한 사람당 연간 소비량이 약 1세기만에 7,500배 정도 증가한 셈입니다. 그야말로 우리 식생활에 일어난 가장 크고도 급격한 변화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과연 설탕 소비 증가가 정말로 당뇨병 발생률 증가와 관련이 있을까? 아직은 이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발표된 바는 없지만 2013년 산제이 바수(보건 정책 전문가, 전 세계적으로 비만과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의 확산이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연구)는 설탕 소비 증가와 당뇨병 발생률 간의 상관관계를 강력히 시사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175개국의 설탕 섭취량과 당뇨병 발병률을 비교하는 역학 분석을 했고, 한 사람당 섭취 열량의 증가와 당뇨병의 증가 간에 관련성이 있는지, 있다면 이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요소를 식단 측면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이 기간에 전 세계의 당뇨병 인구는 5.5%에서 7%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총 섭취 열량의 증가와 당뇨병 증가 사이의 연관성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높은 상관성을 보인 것은 설탕으로 공급되는 열량과 당뇨병 유별률이었습니다. 설탕으로 공급되는 열량이 한 사람당 하루 150㎉ 증가할 때마다 당뇨병 유병률이 1.1%씩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하루 총 섭취 열량이 150㎉ 증가해도 당뇨병 유병률은 0.1%증가에 그쳤죠. 설탕 노출 기간이 길었던 국가에서는 당뇨병 발생이 증가했고, 설탕 공급이 줄어든 국가는 반대로 당뇨병 발생이 감소했습니다.
이로써, 설탕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현대식 식단이 전 세계인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출처 : 『내 몸의 설계자, 호르몬 이야기』 中 5장 설탕 소비의 극적인 증가와 당뇨병)
설탕, 액상과당 줄이기
▶ 과당, 간에 가해지는 부담 + α
과당은 포도당과 다르게 간에서 독점적으로 대사됩니다. 포도당이 거의 모든 신체 세포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반면, 과당은 인슐린이나 다른 세포의 도움 없이 간으로 바로 흡수되어 간에 큰 부담을 줍니다. 즉 알코올과 유사하죠. 따라서, 과도한 과당 섭취는 간에서 트리글리세라이드로 전환되며, 이는 간에 지방을 축적시켜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발합니다.
뿐만 아니라, 과당은 소화/흡수가 빨라 혈당을 높이고 체중과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죠. 렙틴(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해 과도한 음식 섭취를 유도합니다. 이는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킵니다. 나아가 심뇌혈관 질환도 일으키죠. 혈액 속 단백질이 과당과 엉겨붙어 혈액 속 염증 물질을 생성해 심뇌혈관을 손상시키기도 합니다.
▶ 액상과당이 들어있는 식품
- 음료
- 탄산음료 : 콜라, 사이다, 에너지 드링크
- 스포츠 이온 음료 : 수분 보충 음료
- 과일 음료 : 과채 주스, 과일 농축액
- 커피 :캔 커피,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음료
- 디저트 및 간식
- 제과/제빵류 : 도넛, 케이크, 머핀, 쿠키 등
- 시리얼
- 가공 식품 : 과자
- 아이스크림
- 요거트
- 캔디
- 초콜릿
- 소스 및 조미료
- 케첩
- 바비큐 소스
- 샐러드 드레싱
- 잼
대체당이 뭐가 있을까
- 천연 감미료
- 스테비아(칼로리가 거의 없고, 혈당 수치에 미치는 영향이 적음)
- 코코넛 슈거(혈당 지수가 설탕보다 낮고 미네랄 함량이 풍부)
- 저칼로리 대체당
- 에리스리톨(혈당과 인슐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칼로리가 0에 가까움)
- 알룰로스(소화 과정에서 대부분 흡수되지 않아 혈당에 영향 없음)
마무리하며,
일상 속 작은 선택들이 우리의 건강을 결정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선택하는 카페 음료 한 잔이나 달콤한 디저트 한 조각이 건강의 적신호가 될 수 있죠. 달콤한 카라멜 마끼아또, 부드러운 바닐라 라떼, 초콜릿이 가득한 카페 모카는 한 잔만으로도 하루 권장 당분 섭취량을 훌쩍 넘길 수 있습니다. 거기에 디저트로 곁들이는 조각 케이크나 머핀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데 기여하죠.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해온 습관의 결과물입니다. 지금 당장은 큰 차이가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 보세요. 설탕과 액상과당 섭취를 줄이고, 자연에서 온 대체 감미료로 대체하는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 보세요. 단순한 선택이 내일의 건강한 삶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건강은 노력보다 습관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