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침에 갓 구운 빵을 즐기고, 점심엔 간편한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며, 오후엔 달콤한 디저트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일상을 살아갑니다. 이처럼 밀가루는 현대인의 식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이 고소하고 부드러운 음식들이 과연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아니면 이미 소화불량, 글루텐 불내증, 알레르기, 염증 등 몸에 이상 신호를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밀은 오랜 역사를 가진 곡물이지만, 오늘날 먹고 있는 밀은 대량 생산을 위해 빠른 성장과 높은 수확량을 목표로 유전자 변형을 거치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다량의 농약이 사용됩니다. 더불어 정제 과정에서 영양소가 대부분 제거되어, 원래의 풍부한 영양 성분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가공된 밀가루는 빵, 면, 과자와 같은 가공식품의 주재료로 사용되며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죠.
이번 글에서는 밀이 우리 몸에 들어와 생겨난 문제들과 글루텐 불내증 치료 및 무글루텐 식사 방법까지 다각면에서 탐구해보겠습니다.
밀의 역사와 인류의 만남
밀은 진화론적 관점으로 볼 때 중동지역과 유럽에서 너무 급작스럽게 주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백만 년 가까이 인간은 곡물을 거의 먹지 않았으며, 밀은 사실상 전혀 먹지 않았죠. 약 1만 년 전, 인류는 곡식의 조리법을 발견했고, 조리 과정을 거침으로써 독성 물질이 분해되어 비로소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밀을 비롯한 곡류는 칼로리가 높아서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되면서 단숨에 주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류의 먹거리가 된 밀의 연대표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밀의 실체 : 글루텐?
글루텐은 밀, 보리, 호밀 등 곡물에 포함된 주요 단백질로, 음식의 조직감을 부드럽게 하고, 반죽에 탄력과 쫄깃함을 더하는 역할을 합니다. 글루텐은 두 가지 단백질, 글리아딘(gliadin)과 글루테닌(glutenin)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둘이 결합하면서 강력한 점성과 탄력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빵, 피자, 면 같은 식품에서 독특한 식감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글루텐은 소화기관에 독특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일부 사람들에게 소화가 어려운 단백질로 작용합니다. 아래에서 글루텐의 소화 과정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설명해 드릴게요.
▶ 글루텐의 소화 과정과 인체 반응
글루텐은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데,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 과정이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글리아딘은 소화 효소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지 않으며, 장 내벽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물질로 남아 있을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장을 자극하여 염증 반응을 유도하거나, 장내 투과성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소화되지 않은 글루텐 성분이 장 벽을 통해 혈류로 침투하면, 면역 시스템이 이를 “위협”으로 인식하여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는 글루텐 민감증이나 셀리악병과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글루텐이 포함된 곡물
- 밀 (Wheat) : 가장 흔하게 소비되는 글루텐 곡물로, 밀가루를 통해 빵, 파스타, 케이크, 쿠키 등에 들어갑니다.
- 보리 (Barley) : 맥주, 맥아, 수프, 조리된 보리 곡식 등에 사용되며, 종종 가공식품의 첨가제로도 쓰입니다.
- 호밀 (Rye) : 호밀빵, 크래커, 맥주 등에 포함되며, 특히 유럽에서 호밀로 만든 식품이 많이 소비됩니다.
- 카무트 (Kamut) : 이집트 고대 밀 품종으로, 다른 밀보다 글루텐 함량이 높아 빵과 파스타에 사용되며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 통밀 (Whole Wheat) : 글루텐이 많이 들어있어, 특히 빵을 만들 때 탄력과 쫄깃한 식감을 줍니다.
- 듀럼 밀 (Durum Wheat) : 다른 밀보다 글루텐이 더 강한 편으로, 반죽이 잘 뭉치며 단단한 식감이 나옵니다.
▶ 글루텐이 들어있지 않은 곡물
- 쌀 (White Rice) :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곡물 중 하나로, 소화가 쉽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합니다.
- 수수 (Sorghum) : 항산화 성분이 높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밀가루 대용으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 퀴노아 (Quinoa) :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대체 곡물로 인기가 높습니다. 주로 샐러드, 죽, 밥 대용으로 사용됩니다.
- 현미 (Brown Rice) : 가공하지 않은 통곡물 형태로 비타민 B와 섬유질이 많습니다.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하며, 소화에 좋습니다.
- 메밀 (Buckwheat) : 이름에 ‘밀’이 들어가지만, 사실 밀과는 관계없는 곡물입니다. 국수(소바), 팬케이크, 죽 등에 주로 쓰입니다.
- 아마란스 (Amaranth) : 고대 곡물로 철분과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죽이나 샐러드, 빵 등에 잘 어울리며 고소한 맛을 냅니다.
- 옥수수 (Corn)
- 익숙한 곡물로, 옥수수 자체는 글루텐이 없습니다. 옥수수가루는 토르티야, 빵, 그리고 다양한 간식에 사용됩니다.
- 옥수수 자체는 글루텐을 포함하지 않지만, 글루텐을 포함한 곡물들과 가공하는 과정에서 교차 오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오트 (Oats)
- 귀리는 본래 글루텐이 없지만, 대부분의 귀리 제품이 밀이나 다른 글루텐 곡물과 함께 가공되므로, 일반 귀리는 교차 오염될 가능성이 큽니다.
- 글루텐 프리 귀리를 따로 구입해야 안전합니다.
- 기장 (Millet) : 글루텐이 없고 소화가 잘 되는 곡물로, 잡곡밥이나 죽에 넣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글루텐 불내증 증상
▶ 글루텐 불내증?
글루텐 불내증은 글루텐이 몸에 들어왔을 때, 위와 소장에서 글루텐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고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면역 반응은 소장의 미세융모(섬모)를 손상시켜, 몸이 음식물에서 필수 영양소를 흡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합니다.함께 섭취한 다른 음식들의 영양소 또한 최적으로 흡수하지 못하게 하죠.
글루텐이 체내로 들어오면 면역 시스템이 이를 유해한 물질로 인식해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는 소장의 미세융모가 글루텐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손상받기 때문입니다. 미세융모는 섬세한 돌기 형태로, 영양소를 흡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만약 이들이 지속적으로 손상되면 영양소가 체내로 충분히 흡수되지 않으면서, 흡수 불량과 연관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흡수 불량의 결과
- 철분 결핍: 철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면 빈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만성 피로, 두통, 창백함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칼슘과 비타민 D 결핍: 뼈 건강에 필요한 칼슘과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골다공증과 같은 뼈 손상 관련 질환 위험이 높아집니다.
- 단백질과 지방 결핍: 흡수되지 않은 지방이 대변으로 배출되어 복부팽만, 설사, 체중 감소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신체 전반적인 증상
- 피로: 영양소 흡수가 잘 되지 않으면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요소가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만성적인 피로감이 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체중 감소: 영양분이 체내로 충분히 흡수되지 않으면서 원치 않는 체중 감소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정신적 증상: 흡수 불량으로 인한 영양 결핍은 불안감, 우울감, 집중력 저하 등 정신적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글루텐 불내증을 겪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글루텐 섭취를 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글루텐을 먹지 않은 다음부터 여드름이 줄고 피부가 훨씬 좋아졌어요.
흐릿하던 정신도 맑아지고, 골밀도 수치도 높아졌죠. 나이 때문이 아니었어요.”
『밀가루만 끊어도 100가지 병을 막을 수 있다』 中 사례
글루텐 불내증 치료
글루텐 불내증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처럼 박멸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글루텐을 잠시 피하면 글루텐 불내증을 카리키는 표지인 항체 수준이 감소하겠지만 기억 세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시 섭취하게 되면 항체 수준이 다시 증가합니다.
따라서, 무글루텐 식사를 권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무글루텐 식사의 먹거리는 대부분 몸에 좋아요. 요즘에는 글루텐 프리 제품도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 무글루텐 식사
- 콩
- 쌀
- 옥수수
- 감자
- 고기
- 생선
- 채소
- 과일
- 견과류
- 유제품
- 달걀
▶ 치료 소요 기간?
셀리악병 연구사례에 따르면 소장 융모 위축을 완전히 회복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1~2년까지 걸릴 수 있고, 환자가 나이가 많을수록 회복도 더디다고 합니다.
밀을 피해도 몸이 낫지 않는다면
밀가루와 글루텐을 끊었음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유당 불내증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글루텐 불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유제품과 잘 맞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유당 불내증 및 유제품 알레르기에 관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자세히 탐구해보도록 해요.